인간의 코는 구약성경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는 말씀이 있듯이 비록 크기는 작지만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코처럼 미인의 필수조건이 되기도 하여 최근에는 코 성형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도 심심찮게 회자(膾炙)되고 있다. 또한 예민한 후각을 담당하여 서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좀 더 많은 호감을 주기 위하여 화장을 하거나 자신만의 채취를 발산(發散)하려는 노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래저래 코는 미(美)적 감각과 연관이 많은 기관이라 하겠다.

진료실에서 보면 축농증이나 다른 코 질환이 진행할 대로 진행되어 드디어 코로 숨을 쉬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코를 전공하는 의사인 나로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호흡에 있다. 하지만 호흡을 하는 주변 환경이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숲 속과 같은 쾌적한 환경을 가질 수는 없다. 때로는 영하의 찬바람 속에서, 또 때로는 매연이나 담배연기 가득한 실내에서, 따뜻하고 습기가 적당한 환경이 있는가 하면 건조한 환경 등, 실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일정한 호흡을 유지한다. 실로 놀라운 적응력을 가진 기관이라 하겠다. 생활 여건이 발달하여 지금은 찬 물로 세수를 하거나 연탄아궁이에 물을 데워 목욕을 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순식간에 적당한 온도로 물을 데워주는 기계들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흔히 보는 우리의 일상(日常)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코는 정말 훌륭한 순간온수기라 하겠다.
추운 겨울 차고 건조한 날씨에서 호흡을 하게 되면 그 차가운 공기가 코를 통해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체온과 동일한 온도로 데워주고 적당하게 습도를 조절하며 공기 중에 존재하는 많은 불순물을 걸러 깨끗하고, 따뜻하며 적당한 습도를 가진 쾌적한 공기를 폐에 전달한다.

이런 코의 기능에 정말로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코의 점막을 덮고 있는 점액층이다. 오래전 유행가 가사에 “눈물이 핑 돌아요 정말로....”라는 구절이 있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 노랫가락을 듣는 나에게는 이별의 슬픔이 아닌 참으로 다른 생각이 떠오름은 어쩔 수 없는 직업의식의 발로(發露)가 아닌가 한다.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눈이나 코, 입 같은 신체 기관은 유행가 가사처럼 눈물이나 침이 핑 돌아 윤활 역할을 하는데 이런 운활제 같은 점액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눈만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에 수천 번도 넘게 깜박거리며 안구를 눈물로 적셔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여 불편이 없도록 하고 있으며 입안에 침이 없다면 밥을 먹을 때 모래알을 씹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래저래 조물주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불편 없도록 인체의 각 기관에 경이(驚異)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코도 얇은 점액으로 코 안을 감싸 항상 일정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며 외부의 균에 방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대기(大氣)가 건조해지면 코 안은 자주 마르게 되고 염증이 잘 생기고 딱지가 앉게 되며, 또한 혈관이 쉽게 노출되어 코피가 잘 나는 것도 이와 같은 점액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균의 침입이 잦게 되어 염증이 잘 생기고 비염 등의 증상이 잘 생기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코에 손을 자주대거나 휴지를 말아 콧속을 후비거나 하면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딱지와 비염이 생기는 것도 이와 같은 점액층이 탈락하는 이유라 하겠다. 알맞은 비유가 될지는 모르지만 잘 코팅된 밥솥의 코팅을 벗겨내는 것과 같다 하겠다.

가을이나 겨울은 또 다른 계절의 아름다움과 묘미(妙味)를 주지만 건조한 환경을 보면 코에는 가장 좋지 않은 계절임은 확실한 것 같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아름다운 여인을 더 아름답게 느끼고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며 항상 상쾌한 호흡을 위해 적절한 치료와 가습, 알맞은 농도와 온도의 식염수 세척 등으로 코의 고급스러운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였으면 한다.
건조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지 못하면 더 없는 불행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