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신체적으로는 폐경기라고도 할 수 있으며 난소 기능의 실조로 월경의 양이나 주기가 불규칙하게 되고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분비저하로 결국 월경이 멈추게 되며 간뇌의 자율신경중추에 작용하여 자율신경계의 실조가 동반되어 폐경기 증후군이라는 성가신 경험을 하게 된다.

에스트로겐 결핍에 의한 증상은 단기효과와 장기효과로 나눌 수 있다. 단기효과에는 무월경, 홍조(hot flushes), 수면장애, 감정의 불안정이 포함되며 장기효과에는 질 및 요도의 변화, 중추신경계, 심혈관질환, 골다공증이 포함된다.

필자는 신체적인 증상은 부인과 등에서 다루기로 하고 임상에서 만나지는 갱년기 증후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갱년기는 대개 40~55세 사이에 해당되며 왕성한 성인기에서 노년기로 이행하는 시기이며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 환경적 변화를 급격하게 겪게 되기도 한다. 심리적으로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였듯이 자녀도 청소년기 이후에 접어들면서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 흔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점차 자녀의 수가 줄어들면서 소수의 자녀에게 의지하게 되고 마치 인생의 전부인양 자식들에게 매달리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흔하게 보게 된다. 남편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몸은 매일 같이 살고 있지만 서로 마음은 떠난 상태이다. 남편의 역할은 단지 아이의 아버지 일뿐 내 남편은 자녀 특히 아들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런 아들이 어머니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 질라고 하면 마치 애인이 배신하는 것처럼 몹시 서운해 하며 분노하는 모습에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여기서 화병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화병은 갱년기에 흔하게 나타나게 되며 원인으로는 오래전부터 누적되어온 분노감, 절망감에 신체적으로는 자율신경계 실조증상을 보이며 불안초조, 예민함, 짜증스러움, 저하된 기분 등의 심리적 증상을 말한다. 필자가 전공의 때만해도 시부모 특히 시어머니, 시누이 때문에 나타나는 화병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자식들로 인한 화병이 많아지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자식들 결혼 시켜놓고 좀 편해질 만도 한데 어느 날 손자를 봐달라고 반강제적으로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 다시 긴 시집살이의 서막일 뿐이다. 그래도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어머니의 경우 거절하거나 도우미를 구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어부지리로 맡게 된다. 밤새 잠 안자고 보채는 손자를 보면서 힘들어하지만 맡긴 아들딸에겐 한마디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다가 불면, 불안, 우울한 기분, 피로감, 두통 때문에 결국 진료실을 찾게 된다. 필자의 경우 최근 아들이나 딸의 이혼으로 인해 자식과 손자까지 부양하는 어머니를 제법 만나게 된다.

갱년기를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변화 뿐 아니라 심리적, 환경적인 변화에 성인기부터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젊었을 때부터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하며 자식들에게 모든 걸 쏟아 붓지 말고 오히려 남편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 놓는 게 더 현명할 듯하다.

그리고 이미 갱년기에 들어와 있는 경우 우선 신체적 건강을 확보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하며 적당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나 여가활동을 갖는게 좋으며 소홀히 하기 쉬운 친구나 주위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다시 유지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2주 이상 지속되는 불면이나 불안초조, 우울한 기분, 의욕 저하, 체중 및 식욕 저하,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신체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정신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 될 것으로 생각된다.